vol 11 >> 한 권의 책

한 권의 책

김대식 (동서대학교 일어학과)
 
아마에의 구조 

     

    일본학을 공부하고 일본문화를    공부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菊   と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더불어 도이 다케오의「아마에의구조(甘えの構造)」를 들 수 있다.

      ‘아마에’는 ‘응석’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에 의존해서 ‘나를,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이 다케오의 「아마에의 구조」는 1971년 발표되었다. 저자는 정신의학자로 1950년대 학술잡지에 이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마에’라는 독특한 심리에 착안하게 된 것은 미국 체험을 통한 문화적 쇼크에서 비롯된다. 자신 속에 숨어있는 아마에라는 독특한 심리를 발견해 내고 이것을 일본인 전체에서 끄집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쓰여진 책이다.

     

      도이 다케오의 「아마에론」은 정신과 의사로서 연구에 종사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태도는 일본의사들과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정신과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대체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그로 인한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자들은 어린 아이가 엄마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듯이 의사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런 환자들의 호소에 대해 미국인 의사는 무감각하다. 또한 서양과 일본과의 문화적 관점에서 그 차이를 엿볼 수 있는데, 서양은 개인의 자립을 강조하는 사회로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념이 지배하여 의지하려는 애정희구의 심리가 억제되어 왔다. 반면, 일본은 ‘아마에’를 쉽게 용인하고 받아주는 문화였기 때문에 ‘아마에’ 심리는 일본고유의 심리로서 일본문화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도이 다케오는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으면서 그 책 속에서 자신의 투영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52년 귀국 후 일본인의 특징을 심리적, 의식적인 측면에서 밝혀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에는 애정희구이며, 이는 서양문화에 없는 일본문화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에는 일본인에게 문화적 가치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서 사회생활의 윤활유로 기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마에란 일본인의 정신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개념일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개념이다’라고 논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학자인 나카네 지에씨는 일본적 사회구조의 특징을 ‘다테(종적)관계의 중시’로 규정하였지만, 그것은 또한 ‘아마에의 중시로서 규정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떻든 일본인의 아마에는 사회화과정을 통해 장려된다. 저자는 일본인의 육아양식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독특한 사회화과정을 발견하였다. 어린이는 모친에 의존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모친에 의존하는 식으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해 간다. 사회집단 안에서도 모자관계의 인간관계 모델이 강하게 작용하여 언제까지나 모친은 정신적 안정의 근원임과 동시에 양육의 근원이 되며, 사회집단 내에서 상사와의 관계도 이것을 본따서 형성되고 정서적인 안정을 갖게 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도이 다케오가 서양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쓴 책으로 단정짓고, 한국의 문화를 모르고 쓴 것이라고 「아마에의 구조」에 대해 비평하고 있지만, 어쨌든 일본문화에 관한 지식이나 일본관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한다면「국화와 칼」,「축소지향의 일본인」과 더불어 반드시 일독(一讀)할 것을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