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0 >> 한 권의 책

한 권의 책

박병주 (동서대학교 레포츠과학부)
 
Make peace with anyone

 

    (성공하려면 적과도 화해하라)
    /David J Riverman(2004)

      잔의 막걸리에 자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저어 가며, 자신을 마시곤 했던 지난 대학시절. 스무살, 아니 성인이 된다는 두려움과 희망에 허공을 바라보며 외쳤던, 아 ! 스무살. 바람 앞에 바람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 바람 앞에 바람으로 맞설 수 있는 존재가 되자고 김신의 ‘대학별곡’이라는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친구가 그립고, 낭만과 추억에 항상 배고팠던 시절. 저마다 수업 후 달려 나갔던 학교 앞 흐름한 통술집. 비록 한잔의 막걸리 일망정 아니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릴지언정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진실했고, 너무나 간절했던 그 시간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타인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타인의 주장에 ‘그렇지’하고 추렴구를 던지던 그 시절, 그때의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화려한 조명과 최신식 시설을 갖춘 PC방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찾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아닐까. 물론 시대의 흐름을 어쩔수야 없겠지만, 이제 나의 문제 해결책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실력이라고 자랑하는 학생들. 인간대 기계라는 만남속에 자신의 이야기만을 주장하고 남의 주장은 들어주지 않는 기계 앞에 자칫 인간대 인간의 만남에 대한 준비는 소홀해 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 본다.

      지금까지 살면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 적이 있는가 ? 이런 경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존감의 핵심에는 자유가 있다. 개인적인 일부터 공적인 업무에 이르기 까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다 보면 자신을 바람직하게 여길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어떤 기분인지 생각해 보자. 거북하고 불안한 느낌일 것이다. 자신이 능력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한없이 초라할 것이다.
     이처럼 주체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은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진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든 관계를 평화롭게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체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최고인 인간대 기계와의 만남속에 자신의 자존감과 타인의 자존감이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리버만의 ‘성공하려면 적과도 화해하라’는 이 책은 인간대 기계라는 만남속에서 자츰 잃어버리고 있는 자아상실과 인간대 인간의 만남의 공동체인 사회속에서 상대방을 대하며 그들과 같이 공존하며 서로의 자존감을 살리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도 위대한 중재자가 될 수 있으며, 어떠한 상황도 예전처럼 보기 좋게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고 불화가 계속되어 장기간 소원해진 상황에 뛰어들어 지금 당장이라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떠한 관계나 상황에서 끝도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일이 꼬인다 할지라도, 그 어느 때보다 쉽고 빠르게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남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궁극적으로 행복해지려면, 제일 먼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져야 한다. 자기애란 곧, ‘자존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일까 ?

     패밀리 레스토랑의 메뉴처럼 주문해서 섭취할 수 있는 것일까 ?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도 없겠지만, 자존감이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른 부산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직접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은 자기 존중을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인간대 기계와의 만남이 아닌 인간대 인간의 만남 속에 자신있게 하늘을 바라보며 아 ! 나의 스무살을 힘차게 외칠 수 있는 그러한 젊음이 되길 이 책을 통하여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