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0 >> 지역인사 칼럼

지역인사 칼럼

김명건 (다움건축 대표)
 
민석기념도서관, 대학의 지식보고

 

  건축은 단지 죽어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다. 건축은 흔히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콘크리트라는 물리적인 덩어리 속에 인문적인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식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도서관 건축이야말로 건축 정신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분야이다. 도서관이 지닌 의미심장함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14세기 프랑스의 어느 도미니크회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그리는데, 이 속에서 표현되는 도서관은 제왕적 권력과 제한된 엘리트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즉, 지식은 곧 권력임을 이야기한다.
또, 고대 도시의 마스터플랜을 보면, 도시의 중앙에 도서관을 배치하곤 하였다. 서양 고대 문명의 가장 큰 줄기 헬레니즘의 본산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야심으로 세워진 도시인데, 그 역시 그 한가운데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제왕의 비호 아래 모든 지식은 도서관에 쌓여갔다. 그러나 시저는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하자마자 70만권의 파피루스를 태워버린다. 마치 알렉산드리아의 지식마저 지배하겠다는 욕망처럼.
근대적 의미의 도서관은 15세기 구텐베르그가 활판인쇄기술을 발명하여 서적을 싼값으로 대량 보급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그 때부터 일부귀족, 성직자나 학자에게만 점유되고 있던 지식을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당시 편중되어있던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시켜 지식 피라밋의 정상에서 기저부까지 골고루 미칠 수 있게 하는 정보나 지식은 그 존재형태의 변화가 사회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재도 많은 도서관들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의 국회도서관은 디지털 도서관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수장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넘어 일반인들이 쉽게 자료를 검색, 이용할 수 잇는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 시스템의 구축으로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의 국회도서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 의해 물리적인 거리를 점점 좁혀나가고 있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완공된 프랑스 국립도서관 BNF(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은 사이버 공간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특히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 지어진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도서관은 지식의
제한된 특권층에서 보편적 대중공간이며 인터넷 환경과 결합된 공간개념으로 전이되었다. 이처럼 도서관은 그 사회의 문화적 배경으로 시대별로 변화를 해 왔다.
민석기념도서관 역시 이러한 큰 문명적 흐름에 맞추어 지어져야 하고, 설계에 참여하게 되며,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이와 같은 도서관 건축이 지닌 의미와 상징성 때문이다.

민석기념관은 현재 동서대학교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전체 마스터플랜의 중심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1층, 지상 6층, 연건평 약 3,800평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형태적인 특징은 학교의 상징인 웅장한 독수리가 힘찬 비상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건물의 중앙에는 중정이 있어, 도서관의 어느 곳에서든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배려되어 있다.
건물의 특징 있는 외관 외에도 유비쿼터스의 공간 개념이 집약되어, 앞으로 동서대학교의 지식보고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아날로그의 시대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대이다. 그러나 한편 디지털 환경에 사는 인간들에게 역설적으로 필요한 것은 감성과 이성이 접목된 아날로그식 생활방식이라고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친환경적인 측면과 유비쿼터스적 정보환경, 인간중심의 공간 개념들이 결합된 민석기념도서관은 디지로그식 대학 건축이라고 자부해도 될 듯하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조직체`라는 말이 있다. 즉 도서관은 단지 건물이 아닌 도서관 시설과 장서를 매개로 도서관의 사서와 이용자가 이루어내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또 도서관의 3대 요소는 `장서, 시설, 직원`라고도 한다.
이제 민석기념도서관 건축을 위한 첫 삽질은 시작되었다. 이는 도서관 3대 요소 중 하나인 단지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도서관의 완성은 전체 동서대학교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건축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로서 기대와 희망으로 민석기념도서관의 완공까지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 동서대학교 구성원 전체의 애정으로 도서관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